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콘테이너에 있던 책 48권이 보내졌습니다. 수사관들이야기에 따르면 대학에서 발견된 책들이 대학에서 종교를 ‘강요’하기 위한 자료로 쓰여졌다는 일부 강경 이슬람교 학생들의 고발에 따라 책들을 감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나는 한국에서 사회부 기자생활을 하면서 수사의 시작부터 증거물의 채집, 검찰송치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있었습니다. 하지만 증거물들이 과학적 수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라면 책에 묻어있는 혈흔이라든지 책 내용보다는 책을 둘러싼 물리적 증거들을 분석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문의 자유가 있는 대학 안에 종교관련 책들인 지 아닌 지 수사한다는 것은 기네스 북에 오를 정도로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학교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종교강요의 증거로 콘테이너에 있던 책이 감정의뢰되었다는 소식에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헌법과 법률이 있어도 코란의 이름이면 무엇이든 처벌할 수 있는 증거가 때문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진 책들은 사실 기독교를 가르치기 위한 책들은 아니었습니다. 기독교를 가르치기 위한 책이라면 그런 공구창고에 책들을 둘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증거로 압수된 콘테이너 책들은 미국에서 보내졌을 때 교수들이 이미 종교관련 책들을 따로 분류해내 보관한 책들입니다. 대학 초창기 콘테이너가 도착하자 상당 수의 종교관련 책들을 골라내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지 않고 콘테이너에 그대로 넣어둔 것들이었습니다.
사실 아내는 이전에 콘테이너 책들이 박스에 넣어져 있는 것을 보고 쓰레기로 버리자고 제안했는데 나는 아내말을 듣지않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일로 아내가 나를 나무랐습니다. “내가 뭐라고 했느냐. 쓰지 않는 책들이라면 버리자고 하지않았느냐”고 책망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우리 변호사에게 이 책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두었습니다. 대학 도서관을 만들 때 미국에서 보내준 책이라는 증거들을 찾아냈습니다. 당시 영수증도 찾아냈고 세관에서 세금을 낸 영수증도 잘 찾아내 변호사에게 주었습니다. 한편으로 당시 콘테이너에 있던 컴퓨터와 책들을 분류한 선생님들에게 따로 그들의 진술서도 받아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책들이 미국의 일반가정에서는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책이라는 점도 1경찰 진술에서 강조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 대학 종교 관련 수사에 좋은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그 소식은 교직원 G로부터 나왔습니다. 그 직원은 대학 관내 경찰서 담당관으로부터 “수사연구소의 수사 결과가 왔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에서 종교관련 책들을 맡겼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했올까”의아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수사 연구소의 책 감정 결과는 역시 과학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키르기즈스탄내 광범위한 지식층에게 압수한 책들이 어떤 책들인지 묻는 결과였습니다. 수사관은 처음 “좋은 결과”라면서 출두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를 갖고 넥스트스텝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묻기위해서였습니다.
오후에 경찰에 출두하니 수사관은 수사연구소로부터 온 러시아어로 된 통보문서를 보여주었습니다. 교직원 G가 이미 SNS로 통보받은 문서였습니다. 시간이 없어 마지막 결과부분만 읽어내려갔는데, 요약하면 ‘감정한 결과 "48권의 모든 책들은 기독교 관련 서적은 맞다. 하지만 이들 모든 책들은 키르기즈스탄내에서 금서목록에 포함된 극단적이거나 이단적인 책들은 아니다’라는 결론이었습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며 오랜만에 기쁨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번 하신다고 마음 먹으시면 반드시 하시는 이라는 말이 다시 떠올려졌습니다.
문제는 여러 수사기관들의 입장이었습니다. 기독교 책들이 “문제가 없다”는 수사연구소의 결과통보에 따라 우리 대학 수사 기관들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졌습니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대통령실 종교당국은 우리에게서 최초의 증거들이 문제가 없다는 결과통보가 있자 다른 방향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에 불복, 수사기관들은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다시 2차 감정을 하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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