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그렇게 순항하고 있었습니다. 키르기즈스탄에서 2022년 끝자락 어느 날, 학교에 일이 터졌습니다. 우리 대학의 한 학생이 “종교를 강요받고 있다”고 거짓으로 폭로를 한 것입니다. 강한 이슬람교도인 이 학생은 후배들을 모아 허위사실로 가득 찬 동영상을 찍었고 이를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그 학생은 이슬람 사회에 강한 반 기독교 정서를 자극했던 것입니다.
인스타에 뜬 동영상에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대학에서 종교를 강요 받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성경을 읽으라고 강요받았고 성경을 위주로 한 세미나에서 참석했습니다. 당장 이 대학의 문을 닫게 해주시고 당국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할 사람은 처벌해주시길 당부합니다”
저와 대학교직원들은 당황스러웠습니다. TV, 라디오 뉴스가 곧 터져 나왔습니다. 메인뉴스의 톱을 장식했고 계속해서 수 일간 각종 언론사 기자들이 닥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당국도 지역 담당자에서부터 교육부까지 각종 조사관과 검열관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관할 경찰에서부터 검찰, 특별경제수사대 등 수사기관원들도 들이닥쳤습니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또 지역 교육당국에서부터 대통령실 종교담당자들도 매우 격앙되어 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가 한창 자리를 잡으려고 할 때, 이번 사건이 터짐으로써 나의 큰 계획에는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키르기즈스탄 수능기준 10대 대학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당국의 조사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학부모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 사건에 가담하지 않은 순수한 다른 학생들도 교육부 앞마당으로 함께 몰려갔습니다. 이 동영상에 현혹이 돼 평범한 다른 학생들도 사실의 진위에는 관계 없이 “대학이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며 교육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위기의 상황이었습니다. 이슬람 국가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착각한 젊은 학생들의 주장은 사실 여부에 관계 없이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공동체의 압력으로 대학이 문을 닫힐 수가 있다는 생각에 나는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일단 대학을 폐쇄합니다. 이 위기의 순간, 대학을 위해 10년 이상을 기도하고 지원한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언제나 그러하듯 나는 우선 전능하신 나의 아버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오 주님!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 혼자 이를 감당할 수도 없습니다. 주님, 어째서 이런 엄청난 일을 제게 감당케 하시나이까? 제가 알지 못했던 저의 죄가 있다면 용서하여 주세요, 주님. 저에게 이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주세요. 이제는 제가 당신께 나아갈 힘조차 없습니다. 도울 자를 내게 붙여주시고…”
매일 똑 같이 기도했는데, 기도의 내용은 그저 “주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기도소리 조차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믿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은 항상 감당할 만한 고난을 주신다”는 대전제였습니다. 그를 신뢰하고 의지하기만 하면, 어떤 고난의 해일이 몰려와도 주님은 피할 길을 주신다는 것을 붙들었습니다. 그렇게 믿는 나는 괴롭고 고통스런 일이 닥쳤을 때 의외로 당당해지며 평온해지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사건에서도 나는 그랬습니다.
이후 약 2주간을 교육당국, 수사당국, 지역 리더십은 물론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나는 오히려 담대하게 대응하며 나아갔습니다. 학생들의 인스타그램 내용이 모두 가공된 허위사실로 가득한 내용이어서 하나님의 정의는 승리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네 갈래로 정리하며 나는 하나하나 대응해 나갔습니다.
첫째, 우려하는 학부모들을 모아 ‘진상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했습니다. 둘째로 수사당국자들에게는 “종교를 가르쳤다는 증거를 제시할 것”을 오히려 요구하며 당당하게 맞대응했습니다. 그리고 주 키르기즈스탄 우리 공관에도 사실을 정확히 알려며 교민으로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셋째로 나는 교원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자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 나갔습니다. 넷째로 만일의 경우를 대비, 키르기즈스탄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직접 써서 전달했습니다. 경제력이 약한 일부 이슬람 국가들은 종종 자기 종교 보호를 구실로 수사기관들이나 현지 토호세력들과 짜고 외국의 기업이나 기관들을 희생량으로 만드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나라의 시스템이 잘 움직이지 않더라도 나는 키르기즈스탄의 유능한 변호사를 접촉해 가장 기본적인 대응도 함께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사단아 올 테면 와 봐. 한번 겨뤄보자”며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서 세상의 정의 위에 하나님의 정의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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