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수사단의 이른바 ‘종교강요’ 사건 수사는 외견상 진전이 없는 듯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교무처와 교원들은 내밀하게는 몹시 바빴습니다. 여러 기관의 조사에 일일이 응대하느라 대학의 프로그램 운영에는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듬해 대학입학 모집에 이번 사건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교육부 대학입학 모집계획과 정원에도 관계당국이 좋은 점수를 줄리는 만무했습니다. 더욱이 대학발전을 위한 중장기 플랜과 실행계획에도 당연히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해오던 영국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권 대학평가기관에 대처하는 일이었습니다. 평가기관의 모니터링팀들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 대학이 처한 사법적 문제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학재단은 재단대로 속앓이를 했습니다. 대학총장인 나야 직접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일이라고 하지만 멀리서 기도하며 지원하는 우군들은 도대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 막연히 불안감만 내비치고 있었습니다. 재단으로서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시그널만 보내왔습니다.
나는 ‘현재의 고난이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로마서 8:18)는 바울의 이야기를 읊조리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모든 것을 가장 높은 곳에 계시는 분께 전적으로 내려놓았습니다.
그런 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냉정하게 적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담당변호사의 권고가 갑자기 머리속에 그려지면서 나는 이 나라 대통령을 향해 호소문을 담담히 써 내려갔습니다. 사법당국의 수사결과가 어떻든 이 나라 통수권자도 우리 대학교 교육의 진정성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불과 한시간만에 초안이 써졌고 이날 저녁 아는 아내에게 읽어주고 몇가지 조안을 받아 완성했습니다. 다음은 우리 부부가 함께 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입니다.
“사디르 자파로프 누르고조예비치 대통령 각하,
당신이 키르기즈스탄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저희 학생들 모두는 기뻐서 환호했습니다. 젊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얼굴에서 키르기즈스탄의 희망과 신뢰를 보았습니다. 당신은 민족지도자로서 진실과 민족의 전통과 충성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억울하고 슬픈 가족사를 우리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용서하는 분임을 우리가 알았을 때,우리들은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당신께서 키르기즈 민족의 민주주의 전통을 가장 훌륭하게 펼쳐나가고 있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KIUC 국제대학교는 비쉬켁처럼 큰 도시가 아닌 작은 시골, 쇼포코프마을에 10년전에 세워졌습니다. 한국 외교관 출신인 저와 미국의 한인의사인 로버트 윤이 지역발전과 중앙아시아 최고의 인재양성을 위해 우리는 시작했습니다. 영어학원을 먼저 설립해 학생 두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대학교가 되어 8개학과에 680명의 학생, 92명의 로칼교수와 강사및 직원들, 15명의 외국인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과 한국에서 많은 후원자들이 건축비과 대학운영비를 지원해 쇼포코프시 지역과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
50-60년전 한국은 키르기즈스탄보다 10배나 가난해서 국민들은 몹시 빈궁한 삶을 살았습니다. 먹을 것이 없으니 교육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 때 미국과 유럽 각국은 무상으로 먹을 것과 교육, 의료시설을 지원했습니다. 한국은 이들로부터 유무상의 많은 원조를 받았고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은 경제개발과 함께 좋은 교육에 집중했습니다. 빈곤한 삶을 살면서도 “교육만이 살 길”이라며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 교육의 덕택으로 오늘 날 한국은 경제강국을 넘어 경제 대국을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한국 국민은 교육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미국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훌륭한 교육을 높이사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이들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자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나라를 많이 가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교도 그런 추지의 교육기관이고, 우리 대학내 한국 정부가 후원하는 세종학당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많은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키르기즈스탄에 와 있는데 그것은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눠주기 위한 것입니다. 저희가 이곳에 와 교육기관을 세운 것도 그 이유의 하나입니다.
저희는 키르기즈스탄 대자연의 멋진 유산을 활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관광학과와 호텔경영학과도 시작했습니다. 관광자원의 활용은 키르기즈스탄의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실용학문입니다. 우리는 외국에 학생들을 보낼 때도 장학금을 줍니다. 그리고 이들 학생들이 유학을 갈 때 우리는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너희들이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할 때나 혹은 돈을 벌 때 키르기즈스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잘 배워서 너희 나라인 키르기즈스탄으로 반드시 돌아와 너희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학생들에게는 쾌적함과 깨끗함을 주고 왔고,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행복감과 즐거움을 누리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온 것이 KIUC국제대학교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운영비와 건축비를 받아 체육관 등 각종 대학건물을 아름답게 짓고 단장했습니다. 개인기부금으로 실내 체육관은 물론 미니축구장을 짓고 기숙사 시설을 지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시작될 예정이지만 지금도 미국에 있는 계신 후원자 한 분은 강의실이 모자른다며 개인 돈 20만달러를 선뜻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대학교만 잘 발전시키려고 하지않았습니다. 이 곳 쇼포코프시 주민들을 지원하고 지역행정을 돕는 데도 앞장섰습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 입니다. 지금까지 지역민들에게 각종 의료지원을 비롯해, 로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지속적인 식량지원, 어려운 가정에 대한 장학금 지원, 다른 학교 시설에 대한 지원, 마을 가로등 등 인프라를 지원해주었습니다. 전등을 설치해주었고 공립학교 운동장에 밤에도 학생들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시설에 투자해주었습니다.
우리 후원자들의 돈을 아까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희 대학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있는 마을 주민들 수십명을 모아서 비행기표를 미리 사주면서 한국에 일자리를 마련해 보냈습니다. 계절노동자를 보내서 그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3개월만 한국을 갔다오면 5천달러를 벌어서 왔습니다. 이 돈은 키르기즈스탄 일년 평균임금의 두배가 넘습니다. 코로나가 기습했을 때 우리는 지금까지 다섯차례나 마을의 실직가정 수백가정을 찾아 이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했습니다. 각 가정마다 밀가루 50킬로그램, 설탕5킬로그램, 식용류5리터로 이뤄진 ‘코로나 세트’를 나눠주었습니다.
대통령 각하!
당신은 억울함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이기에 당신께 호소합니다. I라는 학생 하나 때문에 아름다운 우리 대학교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교육부와 경찰, 검찰, 국가보안위원회, 대통령실의 합동조사가 1년이상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와 교직원들이 불려 다니는 것은 참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장기간 수사가 계속되면서 대학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수한 교원들이 학교당국에는 물론 교육부의 미온적 대처에도 실망감을 비추고 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물론 저와 우리 교수진 모두는 법을 위반한 일이 없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시겠지만 무슬림 교도인 이 학생이 학교당국 몰래 후배학생들을 규합하여 ‘조작된 모함’을 가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대학교 선생님가운데 90%가 종교개종 압박을 받아 개종했으며, 학생들의 70%가 기독교로의 개종을 압박 받고 있다”며 거짓으로 선동했습니다.
종교간 갈등으로 위장한 것입니다. 강압적으로 후배학생들을 모아 ‘거짓 비디오’를 연출해 찍고 이것을 소셜미디어에 퍼뜨렸습니다. 이 학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에 대해, 그리고 외국인들에 대해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종교개종을 압박당하고 있다”고 지속적인 선동을 일삼고 있습니다. 학교당국은 이같은 행위를 지역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 당국은 반대로 저희 대학교만 수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학의 진상조사 결과, 문제 학생은 교육부에도 “이 대학이 종교를 압박하고 있으니 학교문을 닫게해달라”면서 거짓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I의 행태는 이 뿐 만이 아닙니다. 문제의 학생은 “대통령이 이 학교 문을 닫으라고 했다” “국가보안위원회와 대통령실 종교국 책임자자 친척이다”라면서 다른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의 배경에도 의심가는 대목이 많습니다. 대통령실에 높은 사람을 안다면서 연일 후배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법당국과 교육부는 이들 소수 학생들의 말만 믿고 정작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학생들을 두둔하며 대학 당국자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지 그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제 학생은 자기와 뜻을 함께 하지 않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위협하고 협박합니다. 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들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부디 중립적이고 이곳에 정직한 사람을 보내 하루 속히 이 사건을 정리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다시한번 우리 학교를 살펴 봐 주십시오. 대통령님은 억울함과 부당함으로 그동안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저희의 억울함을 공정하게 풀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희는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을 믿습니다. 거짓은 빨리 퍼지고, 진실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진실은 밝혀질 것으로 봅니다.
중앙아시아의 가장 공정한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 각하!
부디 이 문제를 굽어살펴 주십시오. 교육은 정직을 가르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또한 나라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대통령 각하께서 우리 대학교에 오셔서 멋진 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 큰 소망을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리하여 상처받은 학생들에게 위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키르기즈 국제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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