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드라마틱한 내용은 문제제기를 한 이슬람 학생들이 허위사실로 이슬람 교도인 시골의 부모를 자극한 사실입니다. 기독교 학생들의 부모(대부분 이슬람 신도)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자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아느냐. 지금 강의실에서 교수들로부터 성경을 읽으라고 강요받고 있다”고 허위사실로 말입니다.
거짓 정보를 전해들은 부모들 일부는 다음 날 학교를 방문,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교직원들은 “문제 학생들이 이야기한 것은 거짓”이라고 진정시켰으나 일부 부모들은 삽과 곡괭이를 갖고 올라와 교직원들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대학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점입가경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고통소리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가 한 창 진행되면서 진상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대학교의 ‘종교강요 행위’는 학생들의 게획적이고 거대한 음모임이 밝혀질 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실 때 사람을 통해 일을 도모합니다. 수사는 항상 초동단계의 수사 방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초동 수사단계에서 ‘반전’을 일으킬 사람을 붙여 주신 것입니다.
대학 측의 종교 강요행위에 대한 초동 수사가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학교 관계자들을 한 사람씩 불러 현장이나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서를 여기 저기서 받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조사관들은 주로 대학총장의 동태, 강의 계획서와 강의내용, 외국인 교수 체류자격과 동태, 기독교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질의를 이어 나갔습니다.
조사가 시작되자 학생들가운데 기독청년 10여명이 경찰서를 찾아 항의하러 갔습니다. 이들은 각자 쓴 진술서를 들고 담당 경찰관들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이들의 진술서는 그동안 대학 기숙사에서 이슬람 학생들로부터 ‘공격’받았던 내용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학교 측이 이슬람 학생들에게 개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이슬람 학생들이 대학내 기독교 기독학생들에게개종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이 기숙사 내에서 개인적으로 취침하기 전 잠깐 기도하는 크리스찬 학생들을 불러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진술서에서는 한 이슬람 학생들이 후배 학생들을 시켜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주동 학생은 대학내 크리스찬 대학생들을 모두 찾아내도록 한 뒤 기독교에서 떠날 것, 다른 기독교 학생들을 찾아낼 것 등을 강요하며 후배들을 체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주동 학생으로 맞은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며 대학측과 사법당국에 그동안 신고조차 못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독교 학생들의 반발과 새로운 정보제공으로 대학에 대한 수사는 반전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되지않은 크리스찬 학생들이 오히려 이슬람 학생들로부터 종교탄압을 받아왔다는 사실은 오히려 사법당국의 수사에 큰 차질을 안겨주었습니다.
대학에 대한 수사에 반전을 안겨준 결정적인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초동수사가 한창인 때였습니다. 수사관 3명이 대학 행정 직원 한 사람을 불러 심문을 했습니다. 조사관 두 사람은 심문하는 동안 조사실 옆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고 조사팀장 되는 사람은 대학의 한 행정직원을 상대로 한 문항씩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였습니다. 조사팀장은 갑자기 피조사자의 아버지 이름을 대며 그를 아느냐고 대뜸 물었습니다. 조사를 받던 우리 대학 직원은 당황했습니다. “네? 우리 아버지인데요…..”
이 대학 직원은 그 때까지도 조사팀장이 왜 아버지 이름을 대며 물었는 지 궁금해하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조사팀장은 자신의 먼 친지였으며, 자기의 어린 시절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 것을 자기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초동 수사팀장이 자기 친지의 딸을 조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사당시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사자-피조사자간 관계가 친지인 관계로 대학은 핵심 수사관의 여러 조력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위기의 대학으로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참고인 진술은 해당 직원이 법적으로 문제될 행동을 한 적이 없었고, 진술가운데 특별히 법적으로 문제될 내용이 없어 한 시간 남짓만에 끝났습니다. 문제는 그 때 부터였습니다. 나머지 조사관 두 명이 “대학 체육관 옆 콘테이너 안에 종교강요 증거물이 있다"는 문제 학생들의 제보를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관들은 제보 학생을 부른 뒤 콘테이너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사관들은 콘테이너 안에 쌓아 둔 책들을 꺼내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책 더미 속에서 영어 성경들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관련 서적들이 20여권이 나왔습니다. 이 서적들은 대학 설립자가 수년 전 미국에서 콘테이너에 실어 보내준 책들이었습니다. 대학내 도서관을 만든다고 할 때 설립자께서 이 곳 저 곳에서 전공관련 서적들을 비롯한 각종 서적을 콘테이너에 실어보내준 책들입니다. 모으는 과정에서 미국의 가정에서 흔한 기독교 책들이 콘테이너에 실려온 것입니다.
대학에 콘테이너가 도착했을 때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은 당시 모두 운동장에 꺼내 놓고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들가운데 일부는 “콘테이너 안에 발견된 기독교 관련 책들은 이슬람 국가인 키르기즈스탄 교육시설에 가급적 두지 말라”고 귀띔했습니다. 나는 이들의 말을 존중해 기독교 관련 책들을 도서관에 비치하지 않고 콘테이너 구석에 쌓아 둔 책들이었습니다. 문제는 방학기간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콘테이너를 드나들며 이 책들을 본 것입니다. 공구가 있던 콘테이너를 드나들면서 영어성경이나 기독교 관련 책들을 자주 보게되었습니다.
이를 전해들은 이슬람 학생들이 이런 상황을 왜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독교 관련 책들을 보면서 “대학측이 콘테이너에 기독교 책들을 숨겨 두고 한국인 교수들이 때때로 이 책들을 강의실로 가져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수사관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입니
이에 따라 수사관 두 명은 제보 학생들을 앞세워 콘테이너 안에 있던 책들을 마당에 꺼내놓았습니다. 기독교 책들을 선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30여권이었는데, 영어성경 2,3권과 세계 유명한 설교자들이 직접 쓴 기독교 이론서적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경찰들은 “제대로 된 증거를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의 거짓 정보를 듣고 말입니다.
경찰들은 이 책들을 키르기즈스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종교서적 분류팀에게 보내 감정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학측으로서는 이들 책들을 분류해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접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한 것 뿐인데, 경찰들은 제보학생들의 말만 믿고 이 책들을 “대학 강의실에서 기독교 이론을 강의한 증거”라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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