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즈스탄에도 대학교 입학을 위한 예비고사 성격의 수학능력시험이 있습니다. 대학입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입니다. 한국 같으면 수능시험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시험은 언어, 수리, 역사과목을 기본으로 치르며 과학과 역사 일부 과목을 추가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키르기즈 수능을 잘 치르면 러시아를 포함한 옛 소련 위성국가와 중국 홍콩, 아랍계 일부 국가 대학로 풀스칼라십을 받아 유학을 갈 수 있습니다. 생활비까지 받아서 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우리 대학 학생 중에는 세계 100위~200위권의 중국, 러시아, 홍콩대학에서 전액 장학금 제안을 받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수능 시험 성적결과가 뜻대로 안나왔다면서 재수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범 러시아 권에서 인정하는 수능시험입니다.
우리대학은 2015년 설립 4년만에 키르기즈 수능기준 10대학으로 우뚝 섰습니다. 키르기즈스탄에는 미국 국무부가 조지소로스 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운 중앙아시아 아메리칸대학이 있습니다. 영어로 강의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학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학비용의 2-30% 비용으로 우수한 영어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정부가 세운 정보통신 대학, 터키의 사립자본이 세운 알라토 대학,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3개국 대통령이 합의해 8천만달러를 투입한 대학도 유명합니다. 중앙아시아 지역 청년 리더 양성을 위해 세운 대학도 있고 최근에는 키르기즈 의과대학에는 아주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듭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명성을 가진 쟁쟁한 대학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초대총장으로 있으면서 우리 대학이 10대 대학에 들어선 것입니다. 키르기즈스탄 교육부 교육평가원은 매년 9월에서 10월사이 각 대학 입학생들의 수능성적을 분석해 자료를 내놓습니다. 우리 대학이 설립 4년만에 신흥대학으로서 10대 대학에 랭크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하나님이 아니면 그런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어떻게 우리 대학에 몰려들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분이 높은 자비로 우수한 학생들을 보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리 대학은 2020년 키르기즈스탄 4년제 80여개 대학 가운데 8위, 이듬 해인 2021학년도에는 7위로 한 계단 더 높이 올라섰습니다. 아직 졸업생도 나오지 않은 대학에서 놀라운 기록이었습니다. 일부 대학은 교원과 시설투자가 부족해 학생들이 지원이 크게 떨어져 폐교위기의 대학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최고 수준의 고교생들이 우리 대학의 존재를 알고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나는 초대총장으로서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 분의 강 같은 자비에 나는 엎드리고 또 엎드렸습니다. 수능 10대 대학에 올라서면서 몇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키르기즈 교육부는 나를 교육위원회 대학평가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습니다. 대학을 설립해 짧은 시간안에 족적을 인정하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위원이 되면서 첫 활동으로 나는 키르기즈 3대 도시의 하나인 국립 나른대학 학과인가를 위한 심의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나른 대학은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 그리고 내가 사는 키르기즈스탄 3개국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지역의 정치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하려는 대학이었습니다. 8천만 달러를 투자했으니까 인재양성의 기치에 모든 것을 건 그런 대학입니다. 건물은 3개동으로 고도 3천미터의 나른 외곽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도서관과 식당, 강의실, 기숙사는 미국이나 유럽 여느 훌륭한 대학 못지 않았습니다. 실내체육관 건립을 앞둔 이 대학은 가승인 상태에서 1학년생들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해보니 학생들의 자질은 가히 최고수준의 학생들이었습니다. 눈들이 빛 났고 입에서 나온 대답들은 툭 던지는 말들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영어가 원어민처럼 능숙했습니다. 교수진은 호주와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 와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과와 경영학과 두 학과가 있었고, 정원이 1백명 내외였습니다. 거기에 학생과 교수의 비율은 3:1에서 5:1 정도.
한가지 흠이라면 정보통신, 인공지능이랄지 학과의 벽을 뛰어넘은 미래 융합학과가 없었습니다. 들어간 예산 투입 규모치고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학과 승인위원들이 대학 리더들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터뜨렸습니다. 대부분 비전이 정립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학 집행부 사람들은 졸업 후 100% 취업이라는 것을 대학의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인재 양성을 위해 최대의 예산을 들여 만든 대학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실크로드 한 복판에 세워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다는 구실까지는 좋았는데, 3천미터 고지에 대학교를 건립한 것은 아무래도 수긍이 가지 않았습니다. 강의자들은 지속성이 없었습니다. 고지대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외국에서 온 대부분의 교수들은 1년을 주기로 자신들의 조국을 오갔습니다. 학과 승인을 위한 심의위원회에서 이 점은 중앙아시아 대학 발전 가능성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는 지적이 오갔습니다. 키르기즈 교육부도 머리를 싸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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