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국 전쟁’이라는 다큐가 상영되면서 정치권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만의 공적을 둘러싸고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다큐멘터리는 다큐물로서의 1차 가치인 객관적인 사실도 충족하지 못한 ‘실패한 다큐물’로 보인다. 더욱이 ‘이승만 찬양’이라는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선전영화에 가깝다.
뉴라이트가 또 어떤 ‘불장난’을 할까 궁금해 영화를 보고 몇가지 느낀 것을 적어본다.
첫째로 이 다큐멘터리는 출연자와 해설자 대부분이 객관성을 띠지 못한 극우 혹은 우익 인사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메인 해설자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인식하면서 이미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다. 그가 다큐에 등장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과 객관성을 오히려 크게 떨어뜨렸다.
둘째로 이 다큐멘터리는 현대사의 기본 팩트마저 왜곡하고 있다. 정부수립 후 1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제시하면서 “이승만은 91.8%, 김구는 6.7%를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선거에 김구선생은 선거 자체에 응하지 않았고, 이승만은 단독 출마했다. 김구선생은 남한과 북한의 단독정부 수립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에 선거 자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승만, 김구가 경쟁해서 이승만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여기서 다큐물로서의 가치는 끝난 거로 보인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특정인물을 우상화 하거나 역사.헌법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영화 건국전쟁
셋째로, 다큐멘터리는 이승만을 띄우기 위해 뉴라이트의 건국절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 제목의 하나는 ‘건국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영문으로 된 ‘코리아의 탄생’(The Birth of Korea)이다. 제작자는 원제 ‘코리아의 탄생’(The Birth of Korea)에 왜 ‘건국전쟁’이라고 붙였을까. 답은 뻔하다. 제작자가 ‘건국’을 내세운 것은 정부수립 초대대통령인 이승만을 ‘국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의도인 것이다. 한편으로 뉴라이트 인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건국절논란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로 풀이 된다. 이 영화는 예술성이나 객관적인 사실 면에서 ‘허접한 다큐물’중의 하나지만, 정치권과 종교계가 불을 붙이면서 제작자가 의도하는 ‘정치권 논란-상업화’공식에 말려들어가고 있다. 제작사는 청년들에게 영화 본 것을 인증하면 비용을 돌려주는 ‘관람지원 캐쉬백 행사’도 진행하고 있어 영화윤리 논란도 예상된다. 제작자의 건국행보는 우리의 역사적 법적 정통성을 담은 헌법에 반기를 드는 꼴이다. 이 전 대통령 자신 역시 1948년의 정부수립을 ‘건국’이라고 한 적이 전혀 없다.
넷째로, 이 영화는 ‘이승만 끌어올리기’ 를 하면서 노리는 게 있다. 바로 ‘김구 죽이기’다. 이 다큐는 학계에서 조차 검증되지 않은 ‘유어만 비망록’을 인용했다. 비망록을 적을 때 유어만의 공식직함은 총영사. 그리고 김구선생이 살던 경교장을 이승만으로부터 받아 살던 사람이 유어만이다. 유어만은 당시 공식 외교채널인 대사나 공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자격으로 김구선생을 면담해 기록한 것이 ‘유어만 비망록’. 이승만과 가까운 유어만은 당시 이승만 편에 서서 단독 정부 구성을 반대하고 있는 김구선생을 만나 “이승만 정부에 들어가 협조하라”고 선을 넘고 있는 게 유어만 비망록이다.
문제는 ‘코리아의 탄생’이라는 이 다큐물이 비망록을 다루면서 김구선생이 마치 북한의 남침을 알고도 이승만과의 협력을 거부, 북한을 이롭게 한 사람처럼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북한군 실력행사를 알고 두려워 이승만 단독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영화관람자에게 비치게 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김구 선생이 ‘공산주의 협조자’ 혹은 ‘북한 남침의 방조자’로 생각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것은 ‘반공’을 국시로 김구선생을 파렴치하게 만들어 죽이는 거나 다름 없다.
코리아의 탄생이 잘못된 것은 김구선생이 ‘북한 군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대목’과 유어만에게 별개의 문답으로 이야기 한 ‘이승만 과의 협력 거부 의사’를 교묘히 연결한 것이다. 비망록 앞 뒤를 거두절미하고 김구선생이 북한군을 평가한 부분, 그리고 이승만 단독정부 협력을 고사하고 있는 부분’을 자기 멋대로 재단, 독립운동가의 거두이자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탄생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김구선생 일생 전체를 매도할 수 있는 ‘치명적인 명예훼손’으로 보여진다.
중앙일보가 17일 이 다큐를 만든 김덕영 감독과의 인터뷰에서도 제작자의 그런 ‘의도’가 읽혀진다. 중앙일보 기자는 이날 “유어만 비망록은 얼마나 학계에서 인정이 되고 검증을 받은 상태인가요”라고 김 감독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이에 답을 하지 않고 대신, “김구 선생이 전쟁이 날 것을 알고도 이승만과의 협력을 거부한 것”으로 슬쩍 흘리고 있다. 김 감독은 “김구선생이 전쟁이 날 것을 알고도 이승만과의 협력을 거부했다. 충격적이다…”라면서 말이다. 마치 김구 선생이 북한의 남침을 방조하고 공산주의의 은근한 협조자처럼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답변에서 “거기서 김구가 말한 내용이 (1948년 4월) 평양에 가보니 북한의 군사력이 이미 어마어마해서 북한이 지금 군사력 증강을 3년간 중단하고 남한이 지금부터 군사력을 증강시킨다 하더라도 남한이 북한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잖아요. 그러면서 (장제스가 보낸 외교관 유어만이 권유한) 이승만과의 협력을 거부한 거죠. 그러니까 김구는 전쟁이 날 것을 알고 있었던 거예요.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어만은 총영사였고, 중화민국의 외교관이긴 하지만 장제스가 공식적으로 보내 요청한 사안도 아니다.
이렇게 답변한 김 감독의 발언이야말로 충격적이다. 왜냐면 비망록 어디에도 김구선생이 북한군의 남침계획을 알고도 이승만 정부 협력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비망록 존재를 연구한 우드로 윌슨연구소 조차도 김구선생은 “북한군이 의외로 강력하다는 북한군의 실상을 이야기한 것” “김구 본인은 스스로를 공산주의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비망록에서도 김구 선생이 북한군에 대해 언급한 동기가 나와 있다. 김구 선생은 “내가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지도자 회의에 참석한 한 가지 동기는 북한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김구 선생이 비망록에“러시아가 강력한 북한 군을 써 먹어 결국 인민공화국이 선포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 정도로 북한 군이 강력하다는 북한 실상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가지고 “남침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김구선생에게 ‘북한 동조자’라는 너울을 씌우는 격이다.
비망록에서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미주의자자로 색칠당하고 있다는 점도 비망록에 나온다. 미국과 중국 만이 한국에 독립이 되는 것으로 분명히 인식하고도 있었다. 이승만 정부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더 명확이 드러나는 내용도 나온다. 김구 선생은 비망록에서 (반미주의자가 아닌데) 반미주의자로 몰리고 있는 자신이 정부 안에 있으면 필요한 미국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하는 대목이 나온다. 유 총영사가 집요하게 이승만 정부 참여를 김구선생에게 촉구하자 “…나는 한 특정 정당의 비방전에 의하여 반미주의자로 광범위하게 색칠당했다”라면서 “중국과 미국만이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이웃나라이고 우리가 나라를 건설하는 데 미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내가 정부 안에 있으면 미국인의 동정심에 찬물을 끼얹어 국가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김구 선생은 북한을 한번 다녀온 뒤 김일성의 재방문 요청도 거부했으며, 남측 단독 정부수립도 거부했다. 그래서 이후 대선에도 불출마 한 사람이 김구 선생이다. 김구선생이 남한의 단독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그리 단순한 대목은 아니다. 다음 유어만 총영사와의 비망록에서 김구선생의 발언을 보면 자신의 이익과 관계 없이 민족의 먼 장래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김구선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나를 자신들의 협력자로 간주합니다.(나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내가 귀하께 이야기했듯이, 모든 사람들이 내 입장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남한 정부에 참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귀하도 알다시피 이 박사는 한민당의 포로가 되어 , 말하자면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 신세입니다. 내가 만약 정부로 들어가면 피할 수 없는 갈등이 일어나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내가 바깥에 머무는 게 낫습니다. 나는 그 더러운 정치싸움에 연관되는 게 싫습니다”
잘 산다고요?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꼴찌수준인데? (0) | 2024.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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